고객센터

좌측메뉴

홈 > 고객센터 > 청려원 새소식
제목 북한산 어린멧돼지들 먹이찾아 ‘금지된 나들이’
이름 bayer 작성일   2012.08.11
파일

■ 창덕궁까지 출몰 왜? 8일 밤.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확실하다. 8km 밖에서도 냄새를 맡는 나다. 도토리도 찾기 어려운데, 주린 배를 쥐고 한바탕 야행(夜行)을 할까 보다. 내 나이 3세, 길이 1m, 몸무게 82kg의 당당한 수컷이다. 제법 힘이 붙은 나에게도 북한산 생활은 점점 버겁다.

 

먹이 찾기도 힘든데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북한산에만 멧돼지가 100∼150마리가 있단다. 10km는 족히 걸었나 보다. 멀리 국민대가 내려다보이는 성북구 정릉동 뒷산을 지나 삼청터널 위쪽 숲길을 건넜다. 어, 숲이 끊어졌네. 하지만 2차로 도로에다 인적도 없다.

 

창덕궁 서쪽 민가도 조용하다. 창덕궁 서북쭉 배수로를 지나니 후원이다. 여기가 임금의 뒤뜰이라지. 나무 이곳저곳에다 내 영역이라는 표시를 해뒀다. 아뿔싸, 9일 아침 내 존재를 눈치챈 순찰요원이 폐쇄회로(CC)TV에서 오전 5시 반 창덕궁 서북문을 지나가는 내 모습을 기어이 확인했단다. 오전 9시 반 경찰과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했다.

 

낮 12시부턴 엽사와 사냥개 8마리가 보였다. 오후 2시 10분경 놈들에게 들켰다. 맹렬히 뒤쫓아 온다. 10분 만에 신선원전 뒤편에서 잡혀버렸다. 저항했지만 훈련받은 이 녀석들은 당해내기 힘들다. 목덜미가 뜨겁고 눈이 흐려져 온다…. 9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에 나타난 멧돼지가 사냥개들에게 물려 죽었다. 이날 창덕궁 측은 후원을 봉쇄하고 포획에 나섰다.

 

임승철 야생생물보호관리협회 서울지회장은 10일 “멧돼지는 경찰이나 119가 잡으면 소각하고, 민간이 포획하면 잡은 사람 소유”라고 말했다. 도심까지 내려오는 멧돼지는 주로 1∼2년생의 어린 개체로, 힘에서 밀리는 데다 먹이가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관계자는 “현재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멧돼지 서식 정밀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도심에서는 총기 대신 다른 도구로 포획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발췌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이전글 ▶ 애견용 밍크 코트, 논란 휩싸여
다음글 ▶ 계란 비축나서